[야구] 수준
개인적으로 예전과 대비해서 야구의 흐름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2007년 SK 우승이라고 생각함.
예전에는 전지훈련 기초 훈련을 하고 시범경기 때 몸을 만들고 올스타 때까지는 그리 빡시지 않게 리그가 돌아가다가 올스타 끝나고나서야 상위권은 상위권 대로 하위권은 나름 하위권 대로 순위 경쟁을 하면서 운영에 고삐를 당기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음. 그런데 2007년에 사고가 터지는게, 김성근의 SK가 남들과는 다르게 4월부터 쥐어짜며 나 홀로 스퍼트를 해버림. 당연히 후반가며 페이스가 떨어디면서 추격은 허용했지만, 결국에는 4월에 벌어놓은 압도적인 승수차를 잘 운용해서 우승을 해버림.
그 후로 초반에 뒤쳐지면 끝날때까지 만회하기 힘드니 초장부터 쥐어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고, '김성근-김경문-선동열'로 대표되는 잘하는 투수 불펜에 몰빵하고 매경기 불펜 쥐어짜서 승리하고자 하는 야구가 대세가 되었다. 2009년 조범현 감독이 이와는 정반대의 선발 중심의 운영으로 우승을 차지해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해주나 싶었지만 바로 이듬해 몰락을 하면서 김성근식 투수운영이 오랜시간 유일 메타로 자리 잡아버렸다.
이런 운영이 문제가 된 지점은 그 팀에서 가장 잘던지는 투수가 불펜에서 가장 먼저 갈려나갔다는 것. SK 주축 투수진에서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노예질 시작되면 공이 아닌 경기를 던져버리던 송은범, 두산 KILL 라인에서는 멘탈이 약해 케어받다가 본격 굴려지기 시작할 때쯤 김경문이 잘려서 살아난 이용찬 뿐이고, 삼성도 정현욱이 비정상적이었지 쌍권총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리그를 지탱해줘야 하는 수준급 선수들이 이 시기 이후에 너무 급속도로 소모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어린 선수들이 혹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그 중 다수가 부상, 혹은 성적 하락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한현희, 조상우, 심창민, 김지용 등등 리그 수준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젊은 투수는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계속해서 이런 내부자원 소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시즌 운영에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기 수라도 줄여보려는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크보는 당장의 입장수입 광고수입에 급급해서 경기 수 조정에 부정적이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좀 먹어가면서 144 경기를 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싶다.
그리고 이기기 힘든 경기는 일찌감치 쿨하게 던지는 것도 팬들이 좀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겠고. 김성근의 일구이무, 말은 멋있지만 144 경기를 내일은 없는 것처럼 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걸.
8구단 체제라고 별 거 없었다고 나인볼님은 말씀하셨지만, 일단 그 때는 경기 수가 지금보다 적은 것이 그나마 좀 괜찮은 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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